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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현의 탐정세계

법이 없는 자리에서, 탐정은 선을 긋는다

탐정법인 범랑 송재현 대표가 직접 짚는 탐정의 현실과 제도

제1화 · 탐정의 합법과 위법

합법화 6년, 탐정은 무엇을 할 수 있나

글 최서호 기자 · 입력 2026.06.08 · 출처 뉴스법률 · 원문 보기 ↗
송재현의 탐정세계 — 탐정 송재현
탐정 송재현 · AI 이미지 제작

[뉴스법률] 서울 강남의 한 탐정법인 사무실. 책상 위에 의뢰인 파일과 공개정보 검색 화면이 나란히 펼쳐져 있었다. 탐정법인 범랑의 송재현 대표는 기자를 보자마자 단도직입으로 입을 열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그겁니다. '탐정이 뭘 할 수 있어요?' 아직 대한민국은 그 답을 법으로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2020년 8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탐정'이라는 명칭이 43년 만에 빛을 봤다. 1977년 이후 금지됐던 탐정 명칭 조항이 삭제됐고, 신용정보회사가 아닌 누구든 탐정 간판을 내걸 수 있게 됐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다. 탐정에게 부여된 법적 권한은 지금도 없다. 탐정은 있되, 탐정법은 없다.

현행법상 탐정이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크게 세 갈래다.

첫 번째는 공개 정보 수집이다. 인터넷 검색, 판결문 조회, 등기부등본 열람, SNS 공개 계정 분석이 여기에 해당한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는 것은 탐정의 핵심 역량이자 명백한 합법 영역이다.

두 번째는 임의 탐문이다. 당사자 주변인에게 직접 질문해 정황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다만 정보 제공을 강요하거나 신분을 허위로 사칭하는 순간 사기죄·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성립한다. 상대가 자발적으로 응할 때만 적법하다.

세 번째는 현장 관찰과 잠복이다. 공개된 장소에서 대상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사진·영상을 수집하는 행위다. 카메라가 공공 장소를 향하면 합법이지만, 사유지나 개인 신체를 몰래 촬영하면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제14조 위반이다.

"탐정이 경찰과 다른 점은 강제처분권이 없다는 것입니다.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없고, 신체를 구속할 수 없습니다. 임의로 동의를 얻어 수집한 증거만 법정에서 효력이 있습니다. 그 선을 넘는 순간, 탐정이 아니라 피의자가 됩니다." — 송재현 탐정법인 범랑 대표

합법화가 모든 조사를 허용한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위법 유형은 뚜렷하다.

도청과 위치 추적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위반이다. 당사자 동의 없이 전화 통화를 녹음하거나 차량에 GPS를 부착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관계기관을 사칭해 개인 신상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와 형법 제347조가 동시에 걸린다. 불법 수집 증거는 법원에서 증거 능력을 잃는다. 탐정이 공들여 채증한 자료가 재판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가 반복되는 이유다.

"의뢰인은 결과만 원합니다. 불법 흥신소는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합법 탐정은 선을 지키다 수임을 못 받는 구조입니다. 이 왜곡된 경쟁이 시장 전체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 송재현 대표

흥신소와 탐정의 차이 — 제도 공백이 만든 무법지대

2020년 합법화 이후 탐정 관련 민간 자격증 취득자는 1만3000여 명을 넘어섰고, 관련 단체는 110곳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을 관리·감독할 주무 부처도, 등록 의무도 없다. 부적격자 진입을 걸러낼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범랑이 직접 개발 중인 '신뢰 검증 기반 탐정 매칭 서비스(프로젝트명 트라이스)'는 이 공백을 민간 차원에서 메우려는 시도다. 탐정 등록 시 본인 휴대폰 인증, 사업자 등록 확인, 명의 계좌 인증, 사무실 실사, 범죄경력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인증 수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다. 에스크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수임료 음성 거래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정상적으로 일하는 탐정이 보호받고, 의뢰인이 안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단순한 사업이 아닙니다. 구조 개혁입니다." — 송재현 대표

탐정업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16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반복 발의됐다. 번번이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본은 2006년 탐정업법을 제정해 탐정 사무소 신고 의무, 서면 계약, 불법 조사 금지, 개인정보 취급 기준을 명문화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도 면허제나 등록제를 운용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탐정 전용 법률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탐정은 경찰이 닿지 않는 빈틈을 채우는 직업입니다. 국가가 움직이지 않는 민사 분쟁, 개인 피해 구제, 사라진 사람을 찾는 일. 그 현장에 탐정이 있습니다." — 송재현 대표

법이 없는 자리에서 탐정은 오늘도 선을 긋고 일한다.

본 칼럼은 인터넷 법률신문 뉴스법률에 연재 중인 「송재현의 탐정세계」 기사(글 최서호 기자, 2026.06.08)를 출처 표기와 함께 옮긴 것입니다. 원문: newslaw.co.kr/ko-kr/articles/668 · © 뉴스법률.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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